내려놓음 속에 마주하는 영원

📚서평

내려놓음 속에 마주하는 영원

Kim stella

2026. 03. 23
읽음 3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

가톨릭 출판사 북클럽 3,4월의 도서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죽음의 신비입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하면 자연스럽게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가 떠오르고, 발타사르를 떠올리면 다시 슈파이어가 생각납니다. 슈파이어는 현대 가톨릭 신학의 거장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와 평생에 걸쳐 신학적 영감을 주고받은 인물로, 두 사람은 서로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이러한 관계 때문인지 가톨릭 출판사에서도 발타사르의 책과 슈파이어의 책은 마치 한 벌처럼 이어져 나오곤 합니다. 익숙한 흐름이라 자연스럽게 읽다가 문득, 2024년 2월에 출간되었던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어쩌다 연차만 쌓여버린 가톨릭 출판사 서평 경력직… 😅

발타사르의 신학적 사유 곁에는 언제나 슈파이어의 직관적이고 관상적인 목소리가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유는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처럼 닮아 있으면서도, 그 결은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발타사르가 죽음을 통해 인간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넘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자기 초월’의 드라마를 드러낸다면, 슈파이어는 죽음의 전 과정을 하느님께 기꺼이 내어드리는 ‘순명’을 통해 그분의 신비에 참여하고 자신을 봉헌하는 자리를 조명합니다. 발타사르에게 죽음이 인간 존재가 자신을 넘어 하느님께 향하는 통로라면, 슈파이어에게 죽음은 가장 깊은 순명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사명의 자리로 드러납니다. 이들의 시선을 길잡이 삼아, 죽음과 생명의 신비를 조심스럽게 따라가 봅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숨길 수 없는 두려움과 무력함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우리가 붙잡고 살아가던 것들을 더 이상 붙들 수 없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욕심과 집착, 그리고 아집까지도 그 앞에서는 힘을 잃습니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는 자리에서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 앞에 서게 됩니다. 끝이라고 여겼던 그 지점은, 어쩌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향하도록 열리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시간 안에 머물며 지금이라는 순간을 붙잡기 위해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지키려 애쓰지만, 죽음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기보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없게 만듭니다. 손에 쥐었던 것들과 소중히 여겼던 인연들, 나를 증명해 주던 생각들까지도 그 자리에서는 멈춰 서게 됩니다. 그렇게 죽음은 인간이 넘기 어려운 마지막 문턱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비추는 깊은 물음이 됩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종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하느님께 맡겨 드리는 과정이며, 그분 앞에 서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물론 죽음을 서두르거나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을 내어 맡기는 법을 배워가는 여정 속에서 비로소 준비되는 자리입니다.

성자의 삶과 수난은 죽음이 지닌 비극적 의미를 새롭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나 허무에 머물지 않고,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이어지는 길로 이해됩니다. 인간은 때로 하느님을 외면하며 살아가지만,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결국 그분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각자의 삶과 응답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하느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자리입니다. 우리가 가장 약해지는 그 순간, 하느님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깊은 진실 속에서 드러납니다.

육신의 죽음 너머에 펼쳐질 구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떠나는 이의 몸을 볼 수 있을 뿐, 그 이후의 일을 알지 못합니다. 죽음은 인간의 이성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삶과 기도 안에서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죽음은 단순히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초대이며, 영원을 향해 열려 있는 신비로운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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