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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올여름이 너무 뜨거워서 ‘이따가, 아직 시간 많으니까’ 하며 미루다 보니 입추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져 이제 좀 살겠다 싶으니 어느새 서평 마감일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느닷없이 등장해 소개해드릴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7·8월의 책은, 이경상 주교님께서 번역하신 마누엘 루이스 후라도 신부님의 『기도, 사랑의 여정』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 소개를 먼저 보면 전체 흐름을 미리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걸 알면서도 저는 저자 소개를 건너뛰고 본문부터 읽었지요. 1장까지는 ‘일반적인 기도책이구나’ 했는데, 2장부터 이냐시오 영성 기도로 깊이 들어가는 내용을 보고서야 ‘이건 예수회 영성 기도책이잖아? 이냐시오 영성 지도 책이네?’ 하며 뒷북을 쳤습니다.
이 책은 복음대로 살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적 가치에 맞게 살아가도록 끊임없이 묵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거룩한 독서, 즉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어떻게 묵상과 기도, 관상을 거쳐 복음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저는 그동안 기도서를 읽거나 외우는 데 그쳤기에,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영성 기도였는데, 책이 알차게 채워주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글로만 배우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기본 내용을 익힌 뒤, 묵상과 관상을 직접 지도받는 이냐시오 영성 수련을 꼭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에서 말하듯, 우리를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고,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묵상하며 관상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바탕으로 영성 기도를 함께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전한 관상, 기도의 단계와 여정, 관상으로 들어가는 길까지, 기도에 대한 한 차원 높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냐시오 영성 기도가 무엇인지, 영성 기도를 깊이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책입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몇 해 전 근처를 지나다가 최단 거리로 검색해 찾아간 개포동 성당에서 오전 미사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처음 가본 성당이었는데, 평일 미사임에도 신자들이 가득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신부님께서 입당 후에 “이번 미사가 보좌신부님 미사인데 제가 대신 하게 됐습니다. 보좌신부님 기다렸는데 돼지가 들어와서 기분 나쁘신 분은 나가세요” 하셨습니다. 저는 누가 보좌신부님인지, 어떤 신부님 미사인지도 몰랐지만, 괜히 쫄아서 ‘그냥 앉아있자’ 했지요. 그런데 그 농담에 아무도 웃지 않고 차분히 앉아 있는 신자들의 반응도 인상적이었고, 이어진 강론은 더더욱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가족 갈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너무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아 ‘이 신부님, 혹시 아직 가족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지내시나? 아니면 드라마를 심층 분석하시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만큼 신자들의 고민을 자주 듣고 함께 고민하는 분이시구나 싶었습니다. 미사 마지막에는 그저께 보좌신부님 영명축일때에 신자분들의 축하에 대한 답례로 성당 카페에서 ‘골든벨’을 준비하느라 못 오셨다며, “미사 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들 카페로 오세요. 보좌 신부님 돈 없을까봐 걱정하지 마시고 뒤에 이 큰 형이 있습니다” 하시는데, 개포동 성당 주임신부님이 남다르시다. 멋진 분이시네 했었습니다.
저는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라 미사 후 조용히 성당 지하로 내려가서 이콘 전시를 보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 다음 해 어느날 갑자기 서울대교구 주교로 이경상 신부님이 임명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 역시’ 했습니다. 직접 뵌 건 단 한 번이었지만, 유튜브에서 “쫄지 마!” 하고 힘찬 목소리를 내시던 듬직한 큰형님이 책상 앞에서 영성 기도에 관한 책을 번역하고 계셨다니, 주교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