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서평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데메트리오

2026. 02. 09
읽음 5

오늘 서평의 제목은 읽은 책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하였습니다. 요즘 저는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하느님의 현존을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무심코 손에 집어 든 책이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이었고, 몇 장을 넘기자 그 내용이 묘하게 영성 서적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 역시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우연 속에서도 주님께서는 조용히 일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사실은 이미 준비된 만남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산문집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받는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채 가시기도 전에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시와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소제목의 산문이 이어집니다. 이 글들은 마치 영성 도서를 읽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다가 쓰인 시라고 합니다. 성당을 찾아온 사람들의 아픔과 신앙, 그리고 고백 같은 이야기들이 시와 산문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산문집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인의 삶과 신앙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말에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신앙 안에서의 사랑까지 모두를 포괄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들어 기도드릴 때, 주님께서도 함께 마음 아파하시며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부모는 자식을 대신해 아파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에 울음을 삼키며 곁을 지킵니다. 또한 어떤 사랑은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면서까지 상대를 향해 나아가게 만듭니다. 사랑을 향해 가는 길은 때로 아프고 버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사랑과, 인간이라면 피하고 싶은 고통이 한 자리에 공존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오묘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지점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자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이 있는 고통이 우리를 어떻게 성숙하게 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족의 큰 명절인 설 연휴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휴를 기다리는 설렘과 그 전에 마쳐야 할 일들로 인한 분주함, 가족을 만나는 반가움과 부담감까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만약 여유가 허락된다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책과 대화하고, 또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그 시간이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해가 바뀐 만큼 조금 더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데메트리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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